전체 글 (9) 썸네일형 리스트형 재회 엄마는 눈을 감으며 생각해. 쫑아, 길아 엄마 마중 나올 거지?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눈을 떴을 때는 아주 오랜 시간 깊은 잠이 들었다 깨어난 듯 정신이 몽롱해.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몸은 가볍고 기분이 좋아. 코끝에는 형언할 수 없는 좋은 향기가 와닿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들이, 새들이 나비가….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져 있어. 그리고 저 멀리서, 한순간도 잊은 적 없는 녀석들이 힘차게 달려오고 있어. 환하게 웃으며, 귀를 팔랑거리며,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쫑이: 2009.06.22~2023.07.24 (수목장: 2023.07.29) 길이: ~2012. 03.21~2023. 10.02 (수목장 10.21) 13년을 함께 지내며 세상 누구도 줄 수 없는 사랑을 듬뿍 주고 떠난, 나의 반려.. 기다려, 또 보자 2023년 7월 24일 쫑이가 간암으로 수술을 받고 1달을 엄마 옆에서 지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 엄마는 너무나 슬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남아있는 길이를 보며 위안을 받고 길이를 위해서 마음을 추스렸어. 길이는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쫑이를 찾았지만, 쫑이는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어. 길이는 슬펐고 하루하루 그리움에 지쳐갔어. 엄마가 맛있는 간식을 줘도 예전처럼 기쁘지 않아. 길이는 말라갔고, 오로지 산책하는 것에만 몰두했어. 쫑이와 함께 걸었던 풀밭, 뒷동산...길 위에는 쫑이 냄새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어. 그렇게 쫑이를 그리워하다 그해 10월 2일, 엄마 품에 안겨서 머나먼 여행을 떠났어. 그렇게 선물처럼 엄마에게 왔던 강아지들은 하늘의 별이 되어, 바람이 되어 .. 내게 온 천사들 쫑이는 2009년 무더운 여름날 엄마에게 왔어. 태아난지 겨우 8주째 되었던 아이. 펫샵에서 콜록콜록 기침하며 다른 친구들이 가족을 만나 떠나가는 모습만 지켜보며 몇 달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쫑이는 혼자였어. 콜록콜록...엄마는 쫑이를 몇 주간 지켜봤어. 엄마도 고민이 되었거든. 아픈 아이를 데려가서 잘 돌볼 수 있을까...그러다, 쫑이의 크고 똘망똘망한 눈과 마주친 순간 알아버렸지. 쫑이는 내 가족이 될거야..라고...쫑이가 3살 되던 해 겨울,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밤중 길이가 왔어. 그 추운 날 배가 고픈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던 강아지. 사람을 경계해서 처음엔 엄마에게 곁을 주지 않았어. 쫑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몇달이 지났어. 추위가 한풀 꺾이고 새싹이 고개를 내밀 때 길이는 처음으로 엄마의.. 슬픔 엄마는 잠을 통 못자. 책상 앞에 놓인 쫑이 길이 사진을 보며 또 훌쩍이고 있어.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해서. 화내고 외롭게 하고 또 아프게 해서….보고 싶은데 꿈에 한 번을 나타나지 않는 강아지들을 생각하며 '오늘은 꼭 꿈속에서 만나자'라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해. 사진 속 쫑이 길이는 여전히 엄마를 보고 웃어주는 데 엄마의 마음은 왜 이리 쓰리고 아픈지. 다시 만나서 반가워 쫑이는 할머니와 여기저기 다니며 너무 즐겁게 지내고 있어. 길게 뻗은 오솔길 양옆으로 하얀 꽃잎이 날리는 나무들이 서 있어. 그런데 저 멀리서 눈에 익은 모습이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거야. 길게 뻗은 다리와 날렵한 몸 선, 촉촉하고 까만 코에 커다란 눈망울, 걸을 때마다 양쪽 귀가 팔랑거리며 귀여움을 더해주고 있는 너무나 그리운 친구, 눈이 마주치자 길이가 쫑이를 향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달리기 시작해. 쫑이와 길이는 그렇게 다시, 함께하게 되었어. 반가운 할머니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할머니는 “쫑이가~”하면서 쫑이를 번쩍 들어 안아. 할머니는 젊고 건강하고 행복해 보여. 얼굴이 많이 변했지만, 쫑이는 할머니를 알아볼 수 있어. 그리고 쫑이는 생각해. “엄마~ 나, 할머니 만났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니는 한참을 쫑이를 껴안고 입을 맞추고 풍성한 털을 얼굴에 비비고 있어. 쫑이는 할머니의 숨결과 체취, 목소리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 반가움의 표시를 해. 눈, 코, 입, 이마, 볼... 있는 힘껏 핥으며 또 핥으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어. 할머니가 쫑이에게 말해. “기다렸다고…. 여기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자.” 쫑이는 할머니와 함께할 세계가 몹시 기대돼. 활짝 웃으며 할머니 눈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 새로운 세계 쫑이는 더 이상 배가 아프지 않아서 너무 좋아.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고 먹고 싶은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하네스도 목줄도 필요 없어. 사람들 눈치 볼 필요도 없어. 여기저기 뛰어놀다가 쉬 마려우면 쉬하고 응가 마려우면 응가하고...쫑이의 쉬야와 응가는 풀에 닫는 순간 꽃으로 변해, 향기로운 꽃으로…. 쫑이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신나게 뛰어다녀도 지치지 않아. 쫑이의 털은 매끄럽고 빛나며 바람에 날릴 때마다 향기가 쏟아져 나와. 쫑이가 가는 곳마다 나비가 춤추고, 각종 예쁜 꽃나무들이 인사를 해. “안녕? 반가워. 잘 지내보자.” 잠에서 깨어난 쫑이 쫑이는 아주 긴 잠에서 깨어났어. 눈을 뜨니 완전히 다른 세상에 와있어. “이렇게 편안하고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건 정말 오랜만이야. 아~ 너무 좋다….” 생각하며,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해. 발을 딛는 곳마다 푹신푹신하고 감촉이 좋은 풀들이 자라있어. 넓은 초원에 갖가지 꽃들이 넘쳐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예쁜 새들과 나비가 춤을 추고 있어. 푸른 하늘은 끝이 없이 펼쳐져 있어. 이전 1 2 다음